잡지에서 읽은 시

백신 보고서 1 외 세 편/ 이채민

검지 정숙자 2022. 4. 29. 02:23

 

    백신 보고서 1 외 세 편

 

    이채민

 

 - 코로나 백신을 맞고 죽음을 껴안았던

  7일간의 기록이다

 

 

  21년 8월 18일

  은평구에 있는 지인이 경영하는 제법 큰 정형외과에서 '화이자' 잔여 백신이 있으니 5시까지 오라는 전화를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해서 접종을 했다. 30분 정도 머물다 가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병원 건물 옆에 작지만 잘 꾸며진 공원에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정확하게 30분이 지나고 헛구역질이 나오며 몸이 휘청거리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직감했다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응급실로 들어갔고

  들어서는 순간 이상증세를 알아차린 의료진이 달려오고

  응급처치가 시작됐다

 

  링거 줄이 꽂히고

  수액이 들어가고

  심전도 기계가 삑삑거리고

  뇌파검사 기계가 들어오고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잠들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에

  간호사들과 남편이 사방에서 흔들고 때리고 꼬집으며 잠을 깨웠다

  혈압이 200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점점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첫날의 기억은 거기서 멈췄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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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보고서 2

 

 

  8월 19일

  눈을 뜨니 새벽 3시

 

  검사 도중 깊은 잠이 들었고

  응급처치 후 병실로 옮겨졌고

  입은 옷 그대로 입원을 한 것이다

 

  오전 8시 회진시간

  친분이 있는 원장님께서 담당의사와 함께 들어오셨다

 

  "우리 병원서 5천여 명이 백신을 맞았는데 처음 있는 사례입니다 빠르게 응급처치를 했기 때문에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원장님의 환한 미소에 마음이 놓였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났고

  놀란 가족들에게 미안했고

  의료진에게 감사했고

 

  멈춰버린 삶의 조각들이 밀려왔다

 

  밤이 되자 다시 열이 오르고

  숨이 가빠졌다

  병실은 긴장감이 흐르고

  주사와 약을 2시간 간격으로 처방하는 의료진의 표정도 어두웠다

 

  다시, 깊은 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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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보고서 4

 

 

  8월 21일

  아침 회진 시간

  퇴원은 환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사의 말이 이상했다

 

  백신 부작용 환자를 처음 치료하는 병원 입장에선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는 의사를 나는 감사하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퇴원하는 이상한 선례를 남긴 환자가 되었다.

 

  12시에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오후 4시쯤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준 타이레놀을 먹고 1시간쯤 지났는데 열은 떨어지지 않고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의사는 '심근염'이 의심스러우니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처음보다 더 놀란 가슴으로

  10분 거리의 한남동 순천향 병원으로 갔다

  운전하는 남편이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고

  지나가는 앰블런스의 요란한 사이렌이

  나를 잡으러 오는 死者의 소리로 들렸다

  우린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 무렵 대학병원은 폭증하는 코로나 환자로

  일반 환자는 돌려보내는 상황이었지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코로나 관련 환자로 응급입원을 하게 되었다

 

  응급실은 초만원이었고

  8월의 응급실은 냉동실 같았고 그만큼 나는 추웠는데

  아무것도 덮지 못하게 했다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다고 하니 오히려 입고 있는 옷을 벗으라고 한다

  벗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벗어야 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병실로 옮겨졌지만

  미처 병실이 비워지지 않아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병실 복도에 물건처럼 놓여 있었다

  복도에는 여러 개의 침대가 있었고

  환자들의 신음이 간간히 들렸다

 

  낙타가 아닌 초록색 조랑말을 타고

  페트라의 협곡을 지나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조랑말이 자꾸 넘어지려 했고

  나는 내려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조랑말과 나는 한 몸이었고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모래알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몹시 추웠고 그 상황에서 꿈을 꿨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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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보고서 7

 

 

  8월 24일

  검사 결과에 큰 이상이 없으니 퇴원을 하고

  외래로 오라고 한다

 

  위중한 코로나 환자들이 몰려드는 대학병원은

  전시사태였고 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눈에 안대를 하고 한 보따리의 약을 받아 퇴원을 했다

 

  7일간의 삶과 죽음의 여정은

  그 후

  급격한 시력저하와 탈모증세로 이어졌고

  입맛까지 잃게 되었다

  

  나만의 코로나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졌지만

  백신의 후유증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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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2-봄(85)호 <Poetic focus 2/ 이채민 시인의 신작시>에서

   * 이채민/ 2004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빛의 뿌리』『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