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이 가는 곳
김윤
닿을 곳도 없이
어둑어둑 저무는 바다를 본다
남자가 모래톱에 앉아
풍등에 불을 붙이고 있다
등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고
불빛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은
낯선 아시아 사람
그의 열 받은 상처와 슬픔이
찬 술을 덥히듯
폐 가득 달구어져
지등 안을 팽팽하게 채울 때까지
바다는 알 수 없는 말로
부풀어 끓어오르고
등이 떠올랐다
칠흑 바다 위로
환하게 비행하는 불덩어리
한참을 바람을 타고 흔들렸는데
보이지 않는다
지금 풍등은
그가 살던 마을까지 흘러간 거다
뇌도 가슴도 내장도
눈물까지 다 싣고 가버려서
텅 빈 껍데기 같은 사람이
오랫동안 모래톱에 앉아 있다
-전문-
▶ 슬픔을 발굴하다(발췌)_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바닷가에서 풍등을 날리고 있다. 원래는 소원을 비는 자기 나라의 풍습이겠지만 "남자가 모래톱에 앉아 풍등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은 단지 소원을 비는 풍습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풍습을 해왔던 고향 땅의 삶에 대한 그리움과 거기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에 와 일하면서 자신의 고향에 쉽게 갈 수없다는 안타까움이 함께 하는 슬픔의 제의를 그는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심정을 시인은 "그의 열 받은 상처와 슬픔이/ 찬 술을 덥히듯/ 폐 가득 달구어져"라고 아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가 알 수 없는 말로/ 부풀어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은 그가 혼잣말로 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의 슬픔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p. 시 94-95/ 론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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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2-봄(85)호 <신작소시집/ 작품론>에서
* 김윤/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붕 위를 걷다』『전혀 다른 아침』
* 황정산/ 1993년『창작과비평』으로 평론 활동 & 2002년『정신과표현』으로 시 발표, 저서『주변에서 글쓰기』『쉽게 쓴 문학의 이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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