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종훈_황금빛 신기루와 서정의 수호자(발췌)/ 서정시의 시간 : 최동호

검지 정숙자 2022. 4. 27. 15:15

 

    서정시의 시간

 

    최동호

 

 

  사금이

  둔덕으로 흘러  펜촉에

 

  황금빛

  신기루가 선다

 

  찰나의 간극보다

  짧은 생명

 

  난의 촉

  부드러운  숨결이 돌아

 

  백지에

  시의 꽃 피어난다

    -전문, 『황금 가랑잎』

 

  ▶ 황금빛 신기루와 서정의 수호자_최동호 시의 전개 과정(발췌)_김종훈/ 문학평론가

  2020년대 구심력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시들이다. 황금은 여기에서 색이면서 동시에 빛이다. '황금 가랑잎'이 등장하는 「가랑잎 부처」에서는 가랑잎이라는 미물에서 부처를 발견하고 거기에 지고한 가치를 부여한다. 아마도 밤새 천둥치고 비바람 불었던 모진 세월의 풍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탁류와 맑은 물이, 가랑잎과 부처가 맞물려 서로의 가치를 뚜렷이 한다. 「서정시의 시간」에 등장하는 펜촉에는 '황금빛 신기루'가 등장한다. 주목할 것은 이 신기루가 맥락상 헛된 것의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그것은 시가 꽃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의 전 단계, 즉 아직 물질화되지 않은 이미지의 단계를 가리키는 듯하다. 그것은 또한 그  물질이 생의 순간을 마칠 때에도 남아 있는 잔상의 단계까지 아울러 함축한다. 그럴 때 이 '짧은 생명'의 순간, 서정시의 순간이 영속성을 가지게 된다. 황금빛은 과거와 미래가 찰나로 모여들 때 발하는 마법의 색깔이자 빛이다. (p. 시 62-63/ 론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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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2-봄(93)호 <기획특집_수원의 문화 예술인, 최동호 시인의 문학과 삶>에서  

  * 김종훈/ 2006년『창작과비평』으로 평론 부문 & 2013년『서정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저서『한국 근대 서정시의 기원과  형성』『미래의 서정에게』『정밀한 시 읽기』등,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