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버리다
이채민
시작은
매일 뜨는 태양이 죽었고 무진장 비가 왔다
봄비의 설렘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성경은 염려하지 말라했는데, 종종 무한반복 그것들을 끌고 소비하며 입고 먹은 죄, 함부로 촛불을 켜둔 죄, 그리고 성경에는 없는 벌
바닥을 내리치는 빗줄기보다 매몰차게 날아든 문장을
몸이 받아 적었다
또박또박 빠짐없이 그리고
죽은 봄, 이라고 주를 달았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천둥의 하울링을 찢는 비의 독설을 남김없이 주워 먹는
먹을 때마다 앙상해지는
한때는 꽃이었던
꽃잎들
아침이 되고
선악과를 먹은
명료해진 꽃들의 의식
봄을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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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 2022-봄(93)호 <신작시>에서
* 이채민/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빛의 뿌리』『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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