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이미지
송승언
언덕 너머 노인은 묘를 파고 있다. 누구의 묘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없고 그저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귀가 어두운 것 같다.
그것이 묘라는 것은 나의 판단이다. 묘를 파지 않는 이상 그토록 땅을 깊이 팔 일이 있나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묘를 판다기엔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는 걸 나도 모르지는 않았다. 몇 년씩이나 묘를 파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말하자마자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다.)
나는 주마다 한 번 그 언덕을 넘어간다. 노인이 있는 이웃 마을로 가기 위해서다. 내가 매주 그곳에 왜 가는지 어디서 뭘 하다 오는지 나도 모른다. 기억에 없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건 언덕을 오르는 길에 보이는풀과 나무, 빈집 몇 채와 망가진 목책들. 그리고 삽자루 쥔 노인뿐.
언덕을 넘을 때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경계 하나를 넘는 것만 같다. 매번 그렇게 경계를 넘나든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경계인지는 감도 안 잡히니, 망상도 이런 망상이 없다.
그래서 그것이 누구의 묘인지, 대저 묘이기는 한지······· 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모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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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 2022-봄(93)호 <신작시>에서
* 송승언/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철과 오크』『사랑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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