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모르는 명사의 장례식*/ 방지원

검지 정숙자 2022. 4. 28. 01:32

  

    모르는 명사의 장례식*

 

    방지원

 

 

  고창 고인돌 축제에 참가한

  스페인 행위예술가 아이노아

  그녀는 오래 잊혀진 돌무덤 한 조각 안고

  노을 막 드리우는 서해바다로 든다

 

  차가운 물이 목에 차오를 때까지

  한 걸음에 한 소절씩 담담한 레퀴엠

  그의 생애를 경건히 배웅한다

  

  잘 가시오

  빛이 닿지 못하는 곳은 아니길 바라오

  몇 백 년 전이건 몇 천 년 전이건

  살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오

  견뎌낸 죽음 또한 그렇지요

 

  하늘이여 이 사람의 영혼을 받으소서

  곱고 앳된 서양 여인이 몸으로 치르는 수중 장례식

  언뜻 수평선 끝의 한 점

  오래전 임종 못한 자신의 아버지가 보인다.

    -전문-

 

  * 1991년 스페인 마드리드 출생. 설치미술가 Ainhoa의 비디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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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2-봄(85)호 <신작시>에서

  * 방지원/ 1999년『문예한국』 &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달에서 춤을』『치즈가 녹기 시작하는 온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