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발편잠 1
지하선
네 몸을 내 안에서 환하게 펼쳐봐
투명해지는 네가 내 몸의 무늬를 베껴갈수록
나는 네게로 더 깊어지지
어둠이 꿈틀꿈틀 길 하나 틔어 놓으면
서로의 체온이 낯선 풍경 속으로 들어가지
따끔거리는 신음처럼 잠꼬대 흐르고
젖은 네게서는 간간히 슬픈 냄새가 나지
속살거리는 소리가 내 안에서 한 점으로 모이고
별의 모서리 부수며 침묵으로 반짝이지
하루의 매듭 끝에서는 생각이 머물고 시간도 멈추게 되지
네가 내게로 한 몸처럼 스며들면
너와 나 고요의 이불을 덮고 적막한 그믐처럼 깜깜해지는 거야
그때
나는 널 위해 바닥의 비밀을 열어야 하지
단단히 단단히 닫힌 바닥이 점 무게를 버릴 때쯤
창백한 시체처럼 누워있는 꿈 위로
전생의 죽음이 포근히 덮이지
희고 긴 맨발 나란히 죽음 밖으로 나오고
밤은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지지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김추인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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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제14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에서
* 지하선(본명: 池淸子)/ 2004년 『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 2008년『미네르바』로 시 부문 등단, 시집『소리를 키우는 침묵』『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하다』『잠을 굽다』『그 잠의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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