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발편잠 1/ 지하선

검지 정숙자 2022. 4. 22. 01:18

<제14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中

 

    발편잠 1

 

    지하선

 

 

  네 몸을 내 안에서 환하게 펼쳐봐

  투명해지는 네가 내 몸의 무늬를 베껴갈수록

  나는 네게로 더 깊어지지

 

  어둠이 꿈틀꿈틀 길 하나 틔어 놓으면

  서로의 체온이 낯선 풍경 속으로 들어가지

  따끔거리는 신음처럼 잠꼬대 흐르고

  젖은 네게서는 간간히 슬픈 냄새가 나지

  속살거리는 소리가 내 안에서 한 점으로 모이고

  별의 모서리 부수며 침묵으로 반짝이지

  하루의 매듭 끝에서는 생각이 머물고 시간도 멈추게 되지

  네가 내게로 한 몸처럼 스며들면

  너와 나 고요의 이불을 덮고 적막한 그믐처럼 깜깜해지는 거야

  그때

  나는 널 위해 바닥의 비밀을 열어야 하지

  단단히 단단히 닫힌 바닥이 점 무게를 버릴 때쯤

  창백한 시체처럼 누워있는 꿈 위로

  전생의 죽음이 포근히 덮이지

  희고 긴 맨발 나란히 죽음 밖으로 나오고

  밤은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지지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김추인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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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제14회 미네르바문학상 수상자/ 대표시>에서

  * 지하선(본명: 池淸子)2004『수필춘추』로 수필 부문 & 2008년『미네르바』로 시 부문 등단, 시집『소리를 키우는 침묵』『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하다』『잠을 굽다』『그 잠의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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