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風葬
진영대
빨랫줄에 걸어놓은 무청 시래기
얼었다 녹기를 거듭했다
우수경칩 지나도
걷어가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죽으러 갔다 까무러칠 때마다 한걸음에 달려왔던 자식들, 할머니가 눈을 뜨자 다시 돌아가고
이젠 까무러칠 힘도 남지 않았다
줄기만 남은 무청 시래기,
웬만한 추위에는 얼지 않았다
얼어붙을 물기도 남지 않았다
이슬이 사라지기 전에
추슬러 끈으로 묶어두지 않으면
바스락, 부스러질 것이다
바람도 걷어가지 않는,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의 제목은 「풍장」이지만 '풍장' 자체를 노래하고있지는 않다. "빨랫줄에 걸어놓은 무청 시래기"와 요양원으로 죽으러 간 할머니를 뒤섞어 제시하면서 에둘러 풍장을 말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이다. 두 개의 이미지를 동시에 투사하는 가운데 우회적으로 풍장을 연상시키는 것이 이 시라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두 개의 이미지는 두 개의 장면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빨랫줄에 걸어놓은 무청 시래기와, 이제는 "까무러칠 힘도 없"는 요양원으로 죽으러 간 할머니가 만드는 각각의 장면을 가리킨다.
이들 장면은 '무청 시래기'라는 사물과 '죽으러 간 할머니'라는 사람이 대조, 비교되는 가운데 구체화된다. 사물과 사람이 대조, 비교되면서 바람에 말라가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풍장'이라는 주제가 에둘러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는 시인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객관적인 풍경을 투사하는 것만으로 시인의 외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경의 선택이 세계관의 선택'이라는 명제가 구체적으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 이 시인 셈이다. (p. 시 15/ 론 92-93) (이은봉/ 시인, 대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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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당신을 열어 보았다』에서/ 2022. 3. 31. <실천문학> 펴냄
* 진영대/ 충남 연기(세종시) 출생, 1997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술병처럼 서 있다』『길고양이도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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