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람의 춤/ 한창옥

검지 정숙자 2022. 4. 21. 23:07

 

    바람의 춤

 

    한창옥

 

 

  하얀 버선발의 발꿈치로 보리밭 밟듯

  섬세한 몸짓을 한다

 

  발돋움에 애틋한 간절함이 깃들었음을 안다 

 

  쪽머리의 가르마를 스치듯 어깨를 들먹이는

  바람의 몸짓은 모질어 보이지만 살갑다

 

  가슴에 꽃을 피우기 위해 봄볕을 찾는 사람, 사람들

  어렴풋 세상 풍경을 눈치 챈 봄날 오후는

  눈부시도록 길게 늘어져준다

 

  누구도  못해내는 모진 곳 다 훑고 와선

  소리 없는 몸짓을 공중에 뿌리며

  살짝 들어올린 바람의 버선코       

 

  그늘 속에서 말없이 자리 지키는 야윈 나무도

  허전함을 채우려는 눈빛을 보낸다

 

  촉촉하게 다가서는 천상의 소리와 한 몸이 되어

  신명나게 춤을 추는 바람

  시간은 아무런 기교 없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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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신작시>에서

  * 한창옥/ 2000년 시집『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시집『빗금이 풀어지고 있다』『내 안의 표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