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미연_반구대 암각화,...(발췌)/ 광화문에서 본 진짜 말향고래 : 이건청

검지 정숙자 2022. 4. 22. 00:30

 

    말향고래를 찾아서

 

    이건청

 

 

  광화문이었다. 경무대로 가자고, 선두가 외치고 있었다. 말향고래야 가자. 그래, 눈 감으면 안 된다. 가자. 말향고래야,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순정이 물결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순백의 교복과 교모 속, 고등학교 3년 소년이었다. 교문을 타 넘고 있었다. 출렁이고 있었다. 태평로 대로변 휴지를 찍어내던 신문사 하나가 불타고 있었다. 방파제 밝은 파랑이 파랑을 몰고 있었다. 플라타너스 연초록 잎새들이 박수와 환호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광화문 복판을 지나 중앙청 쪽으로 달려가면서 경무대 쪽에서 울리는 수백 발의 총소리를 들었다. 그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총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피에 젖어 쓰러지는 대로에서, 학생들의 대오가 진짜 말향고래로 변하는 것을, 용연향과, 머릿속 경납까지 온전히 지닌 진짜 말향고래가 된 후, 낡고 질긴 대낮을 밀며 헤엄쳐 가는 것을.

    -전문, 『말향고래를 찾아서』 - 「광화문에서 본 진짜 말향고래」

 

  ▶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 죽음 그 고고생태적 세계 메타시_이건청 시 후기의 확고한 목소리(발췌) _김미연/ 시인, 문학평론가

  이건청 시인은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이어 단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시집으로 『이건청 시집』, 『목마른 자는 잠들고』,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이건청 문학선집(전4권), 『실라캔스를 찾아서』가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고산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녹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시인이 시세계를 가지는 경우 대체로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는 한 소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다루는 에서 얻어지는 효과, 둘째는 시작 방법을 하나로 선택하는 데서 얻어지는 효과, 셋째는 시인의 사상이나 현실적 태도에 힘을 실어 얻어지는 효과 등이 그것이다.

  첫째 경우는 서정주가 선택한 '신라'를  주제로 연작시를 썼다. 이는 서정주의 시집신라초에서 보여주는 신라 정신의 경우 삼국유사 등에서 옮겨온 선덕여왕이나 박혁거세의 어머니 파소* 등을 소재로 얻은 결과물이다. 김현승은 절대고독, 군중 속의 고독 등 다채로운 고독을 소재로 존재와 고독에의 탐구에 골몰했고, 조병화는 드물게 세계여행의 선구자로서 여행이 갖는 문화를 섭렵하고 각국의 여행을 통해 그 세계의 문화를 열었다.

  둘째는 시적 방법론인데 김해경의 초현실주의, 김기림의 다다이즘, 이장희 박남수의 이미지즘, 김춘수의 무의미시, 이승훈의 모너니즘 등이 자기 확립의 방법이었다. 셋째는 시인의 사상이나 현실적 태도에 있어서 김수영의 참여주의, 정지용, 구상의 가톨리시즘, 한용운이 선사상 등이 각각 시세계 구축의 기반이 되었다.

  이건청 시인 그 첫 번째 방식인 소재의 집중적 선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시인이다. 그 열정이나 집중적 태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이한 시인이라 하겠다. 그는 2010년에 낸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시인의 말'에서 "나는 시적 오브제로서의 고래와 반구대 암각화를 만나고 천전리 각석을 만났다. 몇 번씩 그것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헤매 다녔으며 연관된 문헌과 영상자료들을 뒤적였다··· 이제 '고래'를 오브제로 한 시편들만으로 한 권의 시집을 엮어 세상에 내보내게 되었다." 이 말을 읽는 순간 모든 의식이 이 소재들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시적 사색이나 표현의 방법론까지도 기존과 달리 새로운  방법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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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인은 말향고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서 들었는데 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들었지만 말향고래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뒤 시인은 말향고래를 광화문에서 만난 것이었다. 이야기는 4.19를로 거슬러 오르는데 화자가 고등학교 3헉년 때 교문을 타 넘어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광화문 복판을 지나 중앙청 쪽으로 달려가면서 경무대쪽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었다. 그때 화자는 학생들 대오가 진짜 말향고래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대오가 낡고 질긴 대낮을 밀며 헤엄쳐 가는 것이었다. 4.19의 학생 대오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는 진실의 덩어리였다. 그것이 용연향일 수도 있고 경랍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말향고래라는 가치가 진실과 정의라는 정신적 가치로 변용되어 나타난 것이다. 달리 말하면 4.19의 의거를 시대의 바다를 헤쳐가는 말향고래에 비유한 것이다. (p. 시 125/ 론 116-117 // 125)

 

  * 블로그주: 위 글의 원문에 나타난 "박혁거세의 어머니 파소"가 서정주의 『신라초』에 실린 「꽃밭의 독백」 부제에는 '사소'로 되어 있으므로 참고 문헌을 명기함

  참고문헌 ①. 韓國詩文學大系 16 徐廷柱. 1981, 知識産業社_101쪽// "    娑蘇 斷章"

  ※ 참고문헌 ②. 未堂 徐廷柱 詩 全集, 1983. 民音社_114쪽// "    娑蘇 斷章"

   참고문헌 ③. 미당 서정주 전집 1 시, 2015. 은행나무_161쪽// "   사소 단장娑蘇斷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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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겨울(84)호 <현대시인열전 14/ 이건청 편>에서

  * 김미연/ 2015년『월간문학』으로 문학평론 & 2018년『월간문학』으로 시조 부문 등단, 시집『절반의 목요일』, 평론집『문효치 시의 이미지와 서정의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