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View 3
이현승
이삿짐 세간이 사다리차에 실려 내려가는 걸 본다.
들것에 실려가는 응급환자의 흔들리는 팔처럼
누운 자세엔 어떤 불구적인 이미지가 있다.
가구와 가전이 속절없이 흔들리며 내려간다.
누워 있는 것들을 보는 마음은 불편하고
내려다볼 때 더욱 완연하다.
팔과 머리가 차도를 침범한 채
누워 있는 취객을 보고 지나던 사람들이 질겁한다
마취가 덜 깨어 나를 못 알아보던 어머니를
내려다보면서 갖게 되는 죄책감
나무를 쓰러뜨린 것은 나였지.
내가 생가지를 꺾었다.
비워진 집을 두고 떠나오면서
창밖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에도
나는 자꾸 마음이 다치고 졸여진다.
새들의 눈엔 표정이 없다.
빈 둥지 같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는 여러 장면들의 중첩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해내고 있다. 사다리차에 실려 내려가는 이삿집 세간, 들것에 실려 가는 응급환자, 위태롭게 길가에 누워 있는 취객, 마취가 덜 깨어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무방비로 내어놓은 "누운 자세"다. 누운 자세에 들어 있는 "어떤 불구적인 이미지"는 운신의 어려움보다도 타자의 시선에 노출된 취약한 위치에서 기인한다. 저 누워 있는 존재들과 그것을 일방적으로 내려다보는 나 사이에는 시선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시선을 마주 보내지 못하는 상대편을 일방적으로 내려다보는 불편함은 타자를 대상화, 사물화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대상화에 저항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들을 내려다볼 때, "창밖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 우리는 누군가의 결핍의 영역을 목격하는 타자로서 상처 입는다.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본다는 것도 마음을 다치는 일이다.
타자의 외로움을 조망하는 것은 무방비 상태를 노리는 포식자의 시선으로 뒤를 비워둘 수밖에 없는 희생자의 내면을 상상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버드 뷰'는 주체와 타자, 포식자와 희생자, 바라봄과 보여짐 사이 시선의 이동과 교환을 통해 외로움의 개별성과 공동체성을 조망하게 해주는 시적 장치 같은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뒤를 마주하지 못하지만 타자의 뒤를 목격할 수 있고, 타자의 뒤에 서 있을 수 있어 자신의 뒤를 상상할 수 있다. (p. 시 15/ 론 133-134) (오연경/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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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에서/ 1판 1쇄 2021. 9. 20 1판 2쇄 2021. 10. 8. <문학동네> 펴냄
* 이현승/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2002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들』『생활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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