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몸가짐 외 1편
안정옥
집은 숲 근처, 숲 쪽의 창은 허공을 둘러막은 유리, 가끔 새들이 텅빈 공중인 줄 알고 날아들었다 쿵, 요란한 소리 새 한 마리 버둥거린다 생각보다 새의 몸은 뜨거웠다 눈만 껌벅이는데 잔뜩 피꽃이다 무겁다 연두무늬로 내어준, 원래 새는 제 몸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걸 거부하지 소리만 내어주니 소리만 받을 뿐이다 새처럼 완곡하다 나무젓가락으로 물을 넣어주니, 사람이든 새든 긴박한 상황에서만 제 몸을 맡긴다 검은 부리는 쇠와 같아서, 저 부리로 얼마나 많은 곤경을 건너왔을까 깃털과 할딱이는 배를 쓰다듬는 걸 동의해주겠는가 새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곳이 허공이라 믿고 싶어진다 한창 푸득거리더니 몇 번 휘청, 날 수 있다 숲으로 들어서며 제 몸으로 돌아간 듯 그제야 나는 허공이 아니다 그가 있던 자리에 깃털 하나 떨어져 있다 그 사람과 이별할 때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 나와 관계한 이별들은 늘 나보다 한 발 앞서 온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의 몸가짐 없이, 이 깃털로 가장 아름다운 펜을 만들어야 할 근거가 있다 미루고 피하기만 했던 그와의 이별에 대한 답례를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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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과 Q턴
거리의 도로는 가려는 곳과 하려는 일들로
그득 차있지 나와도 흡사한 벌목 냄새로,
죽으면 도로를 통과하며 이 생에서 나가겠지
하염없이 펼쳐진 길은 외롭다 새 길을 찾아
그래서 쭉 뻗은 도로를 언제부터 폄하하였지
멈춰야 할, 빠져나가야 될 때를 지나친 적의
표시는 저리 많아, 내겐 너무 많은 U턴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 나올 때의 참담함
그것만이 아니지 도로는 커다란 입
P턴도 있고 Q턴도, 그렇게 흔하진 않지만
금지구역을 벗어나라고 드러낸 것뿐이지
드러난 길로만 가겠다는 뜻은 아니지
시간을 허비하는 그게 내가 하는 짓이지
그런 짓이 도로의 표시와도 닮아 있어
온갖 굴곡 앞에서도 옳은 방법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는 하지
그런데도 정도正道를 정도가 아니라 우기는
내게 그렇게 살려면 과한 벌금을 내든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라는 뜻이겠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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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다시 돌아 나올 때의 참담함』에서/ 2022. 4. 5. <애지> 펴냄
* 안정옥/ 1949년 서울 출생, 1990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웃는 산』『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나는 독을 가졌네』『나는 걸어다니는 그림자인가』『아마도』『헤로인』『내 이름을 그대가 읽을 날』『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연애의 위대함에 대하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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