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성조_불협화음의 관계성과...(발췌) 사막은 다시 울기로 한다 : 연명지

검지 정숙자 2022. 4. 19. 01:52

 

    사막은 다시 울기로 한다

 

    연명지 

 

 

  오래전 바다가 두고 간 사막으로 간다. 

 

  바다가 흘린 모래 비늘이 반짝일 때마다 물고기들이 튀어오르고 계절이 오고 가면서 슬픔도 오고 간다 모래보다 더 고운 가루로 사라지는 것들을 묶을 수 없는 바다는 숨 쉬는 방법을 놓쳐버리고, 담담하게 누군가의 예절을 철석이게 한다

 

  모래를 안은 바람이 일렁이며 물의 움직임을 기다린다. 나이 들어가는 아침을 책을 읽듯이 들여다보며 거울을 접는다. 어떤 날의 오전은 웅크린 새벽을 입은 채로 졸고 쓸만한 생각들은 조금 비뚤어진 방식으로 내 세상에 와주어서 고마워

 

  사막의 가슴을 열면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누군가 두고 간 물병도 늙어 마른 풀처럼 누워있다. 사막에서 어떤이의 끝날을 듣는 것은 그 사람의 온 생을 껴안는 일. 멀리 아틀라스 산맥에서 묻어온 소문은 바다가 사라지면서 두고 간 이름들. 바람을 밀며 사막을 건너는 일은 서로의 슬픔을 조용히 묻어주는 일,

 

  바다와 사막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버린 너는

  홀로 우는 사막 안쪽으로 가고.

       -전문-   

 

   사물의 기척을 듣다_(발췌) _김성조/ 시인, 문학평론가

  '사막'은 일반적으로 불모지 개념의 황막한 이미지를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오아시스라는 특정 공간을 상정해두고 시련과 극복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위 시편에서의 '사막'은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공간 이미지가 된다. "사막의 가슴을 열면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라는 상승의 기류를 내포하고있기 때문이다. '사막'과 "새 한 마리의 날아오름"은 하향과 상승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구도에 닿아 있지만, 여기에서는 자기실현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오래전 바다가 두고 간 사막으로 간다"는 잃어버렸던 혹은 망각하고 있던 꿈의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시의 의미적 스토리를 구성해볼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서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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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오래전'으로 표상되는 과거의 시간은 '끝날' 현재 혹은 미래와 접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시점에서 과거회상, 미래에 대한 탐색, 과거회귀, 다시 현재로의 이동이라는 구도가 이 과정 속에 있다. 이는 어제와 오늘, 내일의 시간개념 속에서 나의 세계의 관계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 시인은 "바람을 밀며 사막을 건너는 일은 서로의 슬픔을 조용히 묻어주는 일"의 깨달음으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에는 존재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화해의 손길이 담겨있다. 비록 아직은 "길을 잃어버린 너는/ 홀로 우는 사막 안쪽으로 가고"의 단계에 놓여 있지만, 관계성의 불협화음을 불식시키고 자아실현을 의도할 치열한 통로를 발견하고 있다. (p. 시 151/ 론 181 //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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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가을(83)호 <신작 소시집/ 신작시/ 작품론>에서

  * 연명지/ 2014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가시비』『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시집『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

  김성조/ 1993년『자유문학』으로 시 부문 & 2013년『미네르바』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영웅을 기다리며』『새들은 길을 버리고』등, 학술서『한국 근현대 장시사의 변전과 위상』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