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모르는 사람/ 정선희

검지 정숙자 2022. 4. 14. 16:30

 

    모르는 사람

 

    정선희

 

 

  강 건너로 이사를 온 후

  모르는 사람들이 이웃이 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기장

 

  강 저쪽에 과거를 두고 온

  이 낯선 자유가 비로소 낯설어 편했다

 

  누구도 안부를 물어주지 않았고

  누구도 오늘의 침울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대답할 일이 없었다

 

  심심하면 강물을 따라 걸었다

 

  소식을 끊으면 기다려 줄 때인 거야

  먼 곳에서 돌아올 때까지

 

  아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는 도발을 계속했다

  얼굴을 기억하지 않으려 벼랑에 집을 만들었다

 

  표정을 지우면 모르는 사람이 된다

  무표정으로 물건을 계산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강 저쪽에 많은 것을 두고 왔다는 말은

  강물에 사람들을 흘려보내는 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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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봄(40)호 <미래시학 시단 > 에서

   * 정선희/ 경남 진주 출생, 2012년『문학과의식』으로 &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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