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딱따구리
신원석
날개를 구름에 실어 보낸 아버지가
오동나무에 매달려 못을 박고 있었다
생을 끝내고도 끌낼 수 없는 사업인 듯
여전히 못질에 열중인 아버지
전 괜찮아요, 아버지. 방망이로 두들기기만 하면, 뭐든 뚝딱 나온다는 옛날 이야기 아시죠? 저는 어릴 때부터 없는 집 자식들이나 읽는다는 판타지를 보며 자란걸요. 아버지, 흙벽을 쌓아 만든 행랑채의 자식들은 개미지옥을 따라 땅속으로 들어간대요. 우리에게 어울리는 건 애초에 뒷걸음질이나 구덩이 같은 거였는지도 몰라요. 밤에 흙을 말아먹다가 흙이 된 아버지,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친다고
달라지는 건 없나 봐요, 아버지
제가 하는 못질이
자꾸 아버지처럼 빗나가요
땅에 떨어진 못들이
모두 구부러져 있어요
----------------------
* 『미래시학』 2022-봄(40)호 <미래시학 시단Ⅰ> 에서
* 신원석/ 『시사문단』으로 시 부문 & 평론 부문 등단, 시집『힘껏 면발을 흡입하던 너의 입술이 그리울 때』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병정 인형/ 양수덕 (0) | 2022.04.14 |
|---|---|
| 저녁노을/ 안종환 (0) | 2022.04.14 |
| 설득/ 문이레 (0) | 2022.04.14 |
| 주인으로 바쁜 비/ 노수옥 (0) | 2022.04.14 |
| 이택화_비극적 풍경에 다채롭게 띄운...(발췌)/ 두만강에 서면 : 이규대 (0) | 2022.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