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청딱따구리/ 신원석

검지 정숙자 2022. 4. 14. 02:19

 

    청딱따구리

 

    신원석

 

 

  날개를 구름에 실어 보낸 아버지가

  오동나무에 매달려 못을 박고 있었다

  생을 끝내고도 끌낼 수 없는 사업인 듯

  여전히 못질에 열중인 아버지

 

  전 괜찮아요, 아버지. 방망이로 두들기기만 하면, 뭐든 뚝딱 나온다는 옛날 이야기 아시죠? 저는 어릴 때부터 없는 집 자식들이나 읽는다는 판타지를 보며 자란걸요. 아버지, 흙벽을 쌓아 만든 행랑채의 자식들은 개미지옥을 따라 땅속으로 들어간대요. 우리에게 어울리는 건 애초에 뒷걸음질이나 구덩이 같은 거였는지도 몰라요. 밤에 흙을 말아먹다가 흙이 된 아버지,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주먹으로 가슴을 내려친다고

  달라지는 건 없나 봐요, 아버지

 

  제가 하는 못질이

  자꾸 아버지처럼 빗나가요

 

  땅에 떨어진 못들이

  모두 구부러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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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봄(40)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신원석/ 『시사문단』으로 시 부문 & 평론 부문 등단, 시집『힘껏 면발을 흡입하던 너의 입술이 그리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