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문이레
너를 보고 매일 앓았다
가끔은 나로도 부족해 밖으로 뛰쳐나가면
백색증을 앓는 소녀처럼 하얗게 핀 마음이 무서워
약봉지가 뒹구는 방은 봄비에도 눅눅해져 온몸의 혈관들을
일으켰다 비문을 받아 적듯, 빛을 피해 숨어든 집그리마를
책으로 덮어놓고 저것도 악충일까 고민했다 산 입이 무섭지,
어둔 생각은 과정을 앞서 문을 노크했다
감춰지지 않는 검푸른 혈관처럼
마주한 주검보다 더 리얼한 생각들
이 방 저 방 벽처럼 깔린 비유의 그림자
백색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듯
붉으락푸르락
넌 어디로 가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으며
무표정이라도 남아있기를
모두가 혼자라고 쓴 건
아마, 그랬는지 몰라
혼자를 죽음으로 인식하던 날
내 시야를 관통하고 사라진 은유들 때문이라고
멀어지는 연인에게선
발생하기도 전 모든 슬픔이 저장되어
난 나를 접기로 했다
방심하듯 그렇게 설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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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2-봄(40)호 <미래시학 시단Ⅰ> 에서
* 문이레/ 2019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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