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23:27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정숙자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것 없으오나

 

  임께 가는 길 아니오면

  한 걸음 반 걸음도 아끼리이다

 

  태양은 우주에 놓였음에도

  날마다 한 길로 이울고 뜨고

 

  달 또한 눈썹같이 여위면서도

  다소곳이 외길 걷지 아니합니까

 

  그럼에도 그 빛은

  덜하지 않고

  오히려 대지를 키우시오니

 

  이대로 먼 발치에 묻힌다해도

  풀꽃되어 무덤 가에 솟아날 만큼

 

  떠도 져도 임의 섶을 그리리이다

  다함없는 꿈의 실을 자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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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