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23:30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정숙자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서늘한 공기가 임이시지요

 

  난초 분(盆) 하나

  마음 맺으며

  미동도 없이 걷는 겨울밤

 

  외로움을 아파할 적엔

  이런 밤이 얼마나 길었던지요

 

  찬란한 은하계도 슬퍼 보이고

  모든 길 굽이굽이 혼미한 물살

 

  그러한 날엔 보름달마저

  무서웁게 제 안을 엿보더이다

 

  곁에 계신 임을 못 찾아

  나그네로 떠돌던 슬픔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서늘한 공기가 임이시지요.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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