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윤효 감전 윤효 5월 1일자 신문에 끼어들어온 전단지에 5월은 가전의 달! 빼곡한 가정용 전자제품 사진 위에 커다랗게 5월은 가전의 달! 내 눈은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보니 5월은 가전의 달! 헉! 그러나 이미 220볼트의 전류가 내 머릿속을 관통해 지나간 뒤였다. *..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5.03.23
시를 위하여 6/ 윤효 시를 위하여 6 윤효 외로워서 시를 썼다고 시상식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 서러움 속에 부디 꼭꼭 갇혀 사시라 간절히 빌어 주었다. *「채송화」동인지 11호 『낮은 것들의 힘』에서/ 2014.2. 17. <도서출판 고요아침> 펴냄 * 윤효/ 1956년 논산 출생, 1984년 『현대문학』으..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5.03.21
남행/ 윤효 남행 -복효근 시인에게 윤효 차를 세워 놓으면 은행잎이 수북이 내려 쌓인다는 지리산 자락 그 학교 가고 싶다. 그러한 날이면 차 열쇠 따뜻이 손에 쥐고 걸어서 퇴근한다는 그 선생님 만나러 가고 싶다. ---------- *「채송화」동인지 10호 『시인의 견적』에서/ 2013.6.21. <도서출판 고요아..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5.03.19
묻지 마라/ 김명서 묻지 마라 김명서 삐- 삐리리 삐- 삐리리 점음표처럼 첫 울음을 길게 당겨 새소리를 명치에 얹어놓는다 누가 새소리를 탁란하고 갔을까? 발길을 끄는 대로 한참을 따라가 시냇물에 제비꽃을 던진다 물속에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얼굴이 비친다 오른쪽 얼굴이 진보라고 말한다 왼쪽 얼..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12.16
살해된 죽음/ 이이체 살해된 죽음 이이체 우리는 주검에서 피어난 쌍둥이 괴물. 청춘을 불태워봤자 늙어서 남 는 것은 한 줌 잿더미일 뿐이다. 겨울이 비극에 사로잡히자, 색 바랜 풀 꽃들이 눈보라를 연주하며 계절을 위로했다. 바다가 메마를 때까지 기 다리고. 우리를 기다리던 바다의 뼈. 일 년이라는 것은..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12.07
독곶리를 가다/ 김남수 독곶리를 가다 김남수 독곶리 돌밭 해변에서 돌들도 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울 때마다 모서리가 지워지는 둥근 울음, 해넘이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끄덕이며끄덕이며 돌아섰습니다 저물녘이면 갯바위에 나앉아 속살을 적시던 사람, 풀어놓 은 슬픔도 바위 아래 스며들어 모서리를 ..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05.19
가을의 음계/ 박수현 가을의 음계 박수현 가을이 되자 새소리들이 서로를 닮아간다 봄철, 제 짝을 찾느라 가파르고 곡진하던 박새 울음이 여름 한철, 새끼 기르며 보금자리 지키느라 서슬 퍼렇던 홍관조의 카랑카랑한 울음이 가을빛에 익어가며 둥글어지고 깊어졌다 꽃 지고 잎 지는 두어 계절 건너며 제각각..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05.19
아름다운 상생/ 김원각 아름다운 상생 김원각 자라를 죽이려고 패대기쳐대는 한 아이 지나가던 한 남자가 아이보고 말했습니다 그래선 안 죽는단다 내가 대신 죽여주마. 남자는 강에 빠뜨리듯 자라를 밀쳐 넣었습니다 허우적대며 물 속으로 가라앉는 자라의 모습 분명히 아이의 눈엔 익사로 비쳤습니다 『현대..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03.25
미끼/ 황희순 미끼 황희순 처음 만난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떼어갔다 다음 사람이 귀를 떼어갔 다 다음은 입을 떼어갔다 눈을 떼어갔다 코를 떼어갔다 다음은 팔을 다리를 떼어갔다 잔머리 굴린다며 머리를 떼어갔다 그 다음 사람이 달 걀귀신처럼 둥그러진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아무데나 굴..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03.25
나의 시에게 - 5 / 김남조 나의 시에게 - 5 김남조 출타한 네가 백 년 이백 년에도 귀가하지 않아 내 순정의 기다림은 기다림의 혼령 되어 세월의 분말을 가르며 날아갔다 달이 한참거리의 흙을 굽어보듯 하는 눈짓, 시여 이제 돌아왔는가 그사이 실을 꿴 바늘자국을 남기며 어떤 심각한 공부로 동서남북을 떠돌았..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