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생명/ 정숙자 자정의 생명 정숙자 불 담은 발자국 가지런히 식혀내는 봄비 소리 떨어진 선운사 동백꽃빛 처럼은 슬프지 않다 내로라, 울림 없는 숨은 샘에도 우주 어디로든 통하는 하늘 손과 발, 그리고 시간도 만든 분의 바람 조금은 알 것 같은 방향 운명을 앓는 생명들 움트는 뿌리를 자정에 본다 ---..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1.18
시 쓰는 사람/ 정숙자 시 쓰는 사람 정숙자 포도 장미꽃 가 나 다 라… 그런 것들 아끼는 눈동자로 다른 길 천 갈래로 버려 둔 채로 칼날 푸른 잉크병 밑에 꼬불친 목뼈 하 세월 길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1.17
오래된 사랑/ 박수현 오래된 사랑 박수현 반달이 골목 끝을 가로막던 밤이었다 그가 줄장미 번져 오른 담벼락으로 갑자기 나를 밀어부쳤다 블록담의 까슬함이 등을 파고들던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첫 키스의 기억, 사랑이란 그렇게 모래 알갱이 같은 까슬한 감각을 몸속에 지니는 것 줄장미가 벙글어 붉은 꽃을 피울 때마..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