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누렁이/ 이신 안녕, 누렁이 이신 성도 없이 변변한 이름도 없이 ‘누렁이’로 살아온 녀석이 밥 외엔 무엇을 알까만 개라는 이름표를 떼는 날 간밤 어떤 꿈에 다녀왔는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떤다 마지막 밥을 먹고 있는 십만 원짜리 녀석의 정수리가 쥐면 부서질 두부 같다 새 주인이 잡고 있는 운.. 사화집에서 읽은 시 2011.01.21
아파트 꽃밭/ 정숙자 아파트 꽃밭 정숙자 누군가 쓴 비판서적 모양 네모 반듯한 아파트 꽃밭 심청가, 춘향가, 먹물로 옮겨 장롱 속에 두고 읽으신 어머니의 젊은 날 하늘처럼 잘 아는 원추리꽃, 꽃대가 삐쭈굴 빼쭈굴 삐쭈굴 빼쭈굴 제비 소리도 없는 아침을 열고 날아갈 듯 한두 자씩 목을 세운다 시골집 떠나..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1.20
실내악/ 정숙자 실내악 정숙자 겨울 산맥처럼 빈 봉투 행선지를 짐 지지 않은 우표 국화는 아직도 봉오리인데 언제부턴가 밖으로만 돌던 가을 올해에사 들창 안에서 중중모리 가락과 함께 鼠李子빛으로 익어간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