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얼굴/ 장옥관

검지 정숙자 2022. 4. 9. 02:27

 

    얼굴

 

    장옥관

 

 

  헌 한옥 헐어낸 곳에서 얻어온

  춘양목 고재 한 장

 

  뜯어낼 때 아팠을까

  탱자울 검누렇게 비명 지르는 가시들

 

  나무의 시간과 인간의 나무가 깍지 낀

 

  거미줄 걷어내고 마룻장

  대패질로 깎아내니 본 얼굴로 돌아왔다

 

  물과 불 지나간 나이테

 

  매일매일 사라지는 얼굴들, 얼굴들

  복면 쓴 날짜들

 

  대패로 깎아낸 얼굴

 

  면목面目 지워진 그믐 하늘에

  돋는

  그을은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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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우리들의 얼굴 찾기 3 『그의 얼굴』에서/ 2022. 3. 22. <청색종이> 펴냄

  * 장옥관/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하늘 우물』『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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