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너의 수평/ 홍계숙

검지 정숙자 2022. 3. 11. 20:26

 

    너의 수평

 

    홍계숙

 

 

  너의 작업실*에서 문학 연수가 시작되고

  강사로 온 깡마른 작가는 말한다

 

  왜 내 글자들은 비탈길로 자국을 낼까요

  비탈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면

  수평선을 만날 수 있을까요

  화이트보드 강의는 오르막길로 접어드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사,

  시시포스가 밀어 올리는 둥근 글자들이 자꾸만 곤두박질친다

  세상은 양팔저울로 공정을 헤아리지만

  기울지 않는 저울은 바다 끝에 있어

 

  그는 아슬아슬 수평을 잡으며 힘겨운 비탈길을 올라왔을까

 

  저 비탈 속에는

  이른 아침 달동네의 가파른 내리막길과 유리벽에 부딪힌

  수많은 빗방울의 추락이 들어있을 것이다

 

  지금 그의 보드 마커는

  지나온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되짚어가는 중이다

    -전문-

 

   * 일산의 독립책방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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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1-가을(38)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홍계숙/ 2017년『시와반시산로 등단, 시집『모과의 건축학』『다정한 간격』『피스타치오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