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 거기 다 있다 외 1편
권옥희
가물가물한 그리움에 목이 길어진
해 뜨고 해 질 때마다
더 먼저 아파하고 달래 주던 바다
파도도 없고 바람도 없는 모래밭에다
두고두고 눈물 부르는 첫사랑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둔 시린 그리움
그이름 꽃잎처럼 적어보고 싶은
바람 귀가 서럽게 불러 보고 싶은
내 마음 꺼이꺼이 울며 날아간 왜목마을 앞바다에
해가 먼저 들어가 잠긴다
새들의 날갯짓도 조금은 느린 바람길
해가 떠오르고 해가 지는 바다에 해독제를 풀어놓듯
첫사랑도 눈물도 먼저 거둬가는 곳
그리운 것은 거기 다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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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찰나였다
하늘빛이 내린다
등 돌린 너의 어깨처럼 서늘하다
며칠째 먹먹한 하늘이 싫어서
나는 바다로 간다
서리가 내린다
내 가슴을 베어낸 너의 말처럼 싸늘하다
며칠째 먹먹한 마음을 달래려
나는 산으로 간다
천천히 속을 비우며 사랑도 지우고 추억도 지우고
그냥 아무것도 안 보이는 먹지처럼
혼자가 되자고 바람을 조른다
바지랑대 몇 개로 지탱된 위태로운 나날들
그까짓 거 완전히 비워내자고
시간의 절벽을 헤매며 찢겨가던 가슴이
너덜너덜해진 뒤에야 낯선 제안처럼
네 모습이 들숨으로 들어온다
사랑은 찰나였다
내가 비워둔 자리에
나도 모르게 네가 서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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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사랑은 찰나였다』에서/ 2022. 1. 20. <시산맥사> 펴냄
* 권옥희/ 경북 안동 임동 출생, 1992년『시대문학』(현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마흔에 멎은 강』『그리움의 저편에서』, 공저『별난 것에 대한 애착』『장미차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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