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방문기
박제천
항아는 한달음에 별들을 징검돌 삼아 여기로 왔답니다
그걸 본 이백도 고래를 타고 여기를 찾아왔다지요
여기에 오면 그들 말고도
여기로 찾아든 지구별 나그네들이 적지 않으리라
그 중에는 어쩌면 내 어머니나 아내도 있으리라
설레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어요
항아가 두고 간 두꺼비 말로는
몇몇은 시리우스 별로 떠나가고
몇몇은 아예 다른 은하계로 옮겨갔다네요
살덩어리 지구 손님들이 여기를 찾아온 날로
모두들 황급히 떠나갔답니다
모두들 다시는 먹고 입고 자고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아파하는 일은
잊기로 했다며,
아직도 그렇게 매여 사는 내가 딱하다는 듯이
눈만 껌벅거리는 두꺼비만 바라보다
지구별로 되돌아왔습니다.
*시집『달마나무』에서/ 2010.10.1<문학아카데미>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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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서울 출생, 1965~6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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