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에서 꼬인 시
허림
'다음은 허림 시인의 순섭니다 농투배기들 피땀 씻어줄 노래 한 곡 부탁드립니다 어서 나와주세요 뜨(삐 ~~~~)음 들이지 말고 나오세요 사회자는 왕입니다 어서요'
옆자리 엄 씨도 뒷자리 백 여사도 나가라고 노래 한 곡 듣자고 떠민다 시 쓴답시고 동네 소문났지만 여태 시 한 줄 안 읽어줬다며 이 참에 노래로 가슴을 울려달란다
"사랑이란 게 뭡니까 우리덜 같은 농사꾼 마음 다독여 주는 거 아닙니까 부탁합니다 너무 뜸 들이네요 숨 넘어갑니다"
떠밀려 나가 귀엣말로 모란동백을 신청하고 전주가 나오는데 처음인 듯 처음처럼 어느 장단에 말 맞추고 몸 비벼볼까 서로 쳐다보다가 이내 잠잠해지는, 활활 타는 황댓불에 물 껴얹은 듯 피었다 지는 모란동백
'참 시적이지만 쓸쓸했네요'
관광버스는 달리고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막춤도 좋고 등신춤도 좋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벌주 다섯 잔에 떨어진 동백처럼 업혀 들어온 친구 아들 잔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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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1-여름(38)호 <시인 조명 ②> 에서
* 허림/ 198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1992년『심상』신인상 당선, 시집『노을강에서 재즈를 듣다』『올퉁불퉁한 말』『누구도 모르는 저쪽』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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