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백
이여원
손잡이를 들면 긴 어깨가
발끝까지 닿는다
노동엔 레이스가 있을 리 만무하고
허리와 뒷목엔 늘
묵직한 무게들이 달려있다
언제부터인가 노동은
양손을 벗어나 의식화되었다
푸드덕거리는 기운과
숨찬 호흡은 나날이 깊어지고
그건 마치 손발 없는 식물의 흔들거리는 전략처럼
등 뒤에서나 옆구리에서
덜컹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수납의 내부는 쉽고 빨라서
결정이 사라진 가방의 칸들은 질서정연하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물고
두 손으로 허우적허우적 뒤지는 주소록으로
타들어 가듯 가방은 때로 비굴해진다
가끔은 반가운 스케치와 슬픔을 뭉텅 전할 때
한쪽 어깨를 불쑥거리며 열리는 가방
자전거와 각종 이륜의 계급들은
전화로 부름을 받고 두 계단씩 오른다
언덕배기 노동은 지친 이륜이며 더러는
다세대주택 3층 계단에서 추락하는
가여운 이륜耳輪의 짐승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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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1-가을(39)호 <신작시 ①> 에서
* 이여원/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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