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메신저 백/ 이여원

검지 정숙자 2022. 2. 24. 14:28

 

    메신저 백

 

    이여원

 

 

  손잡이를 들면 긴 어깨가

  발끝까지 닿는다

  노동엔 레이스가 있을 리 만무하고

  허리와 뒷목엔 늘

  묵직한 무게들이 달려있다

 

  언제부터인가 노동은

  양손을 벗어나 의식화되었다

  푸드덕거리는 기운과

  숨찬 호흡은 나날이 깊어지고

  그건 마치 손발 없는 식물의 흔들거리는 전략처럼

  등 뒤에서나 옆구리에서

  덜컹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수납의 내부는 쉽고 빨라서

  결정이 사라진 가방의 칸들은 질서정연하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물고

  두 손으로 허우적허우적 뒤지는 주소록으로

  타들어 가듯 가방은 때로 비굴해진다

  가끔은 반가운 스케치와 슬픔을 뭉텅 전할 때

  한쪽 어깨를 불쑥거리며 열리는 가방

 

  자전거와 각종 이륜의 계급들은

  전화로 부름을 받고 두 계단씩 오른다

 

  언덕배기 노동은 지친 이륜이며 더러는

  다세대주택 3층 계단에서 추락하는

  가여운 이륜耳輪의 짐승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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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1-가을(39)호 <신작시 ①> 에서  

  * 이여원/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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