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박해림_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죽을힘 : 전병호

검지 정숙자 2022. 2. 24. 02:47

<동시>

 

    죽을힘

 

    전병호

 

 

  죽은 척

  꼼짝 않고 있는 풍뎅이

 

  하늘 향해 힘껏 던졌다.

 

  돌멩이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떨,

  어,

  진,

  다.

 

  갑자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풍뎅이

 

  죽을힘을 다 한 거다.

   -전문, 『시와소금』 2021-여름호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_ 박해림/ 시인

  전병호의 동시 「죽을힘」은 그 앞의 시 「갯벌이 조용하다」와는 사뭇 다르면서 같은 세상이다. 쫓고 쫓기는 먹이사슬과 생명에 대한 경외와 생태의 극점을 만난다. 겉으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기도 하다. 풍뎅이보다 더 힘이 센 자는 '죽은 척/ 꼼짝 않고 있는 풍뎅이'를 그냥 두지 못한다. 한낱 놀이일 것이나 '하늘 향해 힘껏" 던짐으로써 생의 이쪽과 저쪽을 나누어버린다. 대부분의 살아있는 생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미리 목에 겨누어진 예리한 칼날을 순식간에 감지한다. 위험하고도 공포에 찬 손이 닿기 전에 기어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당위에 내몰리는 것이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공존이다. 나만 살아남고자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시 「죽을힘」은 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공존의 세상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데서 힘을 얻는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삶의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풍뎅이라는 대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해와 피해의 상황은 사실 한 끗 차이라는 것도.

  전병호 시인은 이 세상에 수없는 풍뎅이들, 풍뎅이와 유사한 느닷없는 목숨의 경계에 놓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이들을 한데 모으는 힘이 있다. 시인의 예리한 감각은 우리의 삶도 이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동시라기보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시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굳이 동시나 시를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른다. 

  하늘 향해 힘껏 던져진 가사 상태의 풍뎅이는 '돌멩이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떨./ 어,/ 진, 다,' 그리하여 극적으로 삶의 이쪽을 향해 전력투구한다. '죽을힘을 다'해서 말이다. 그뿐이다. 동시 「죽을힘」은 기어이 살아남았으므로 한여름 무더위를 힘껏 벗어버리게 하는 아주 작은 생명체의 격렬한 전율을 나누어주었다. (p. 시 250/ 론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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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1-가을(39)호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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