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이버섯 외 1편
이서화
고지대에서 따온 버섯에서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 들린다
몸에 붙은 바람을 털어내다 말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위의 각질 같다
아니, 오래 묵은 암벽의 누추한 옷가지 같다
고요한 숲속의 나무는
각질을 밀어내며 자라고
바위는 얇은 각질을 밀어내며 조금씩
그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다
비가 오면 바위에는 먼지가 돋는다
그것은 매번 구름을 불려 벗기는 하늘에게서 배운 일
바위의 미세한 포자는 바람에 날리고
절벽과 허공 사이로
빗방울이 또르르 말린다
세상에 어떤 바위든
자의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없다
한 번쯤 다 굴러본 경험으로
기암奇巖이다
석이버섯을 물에 불리면
어느새 바위도 이렇게 부드럽게 물러진다
말대로라면 산 아랫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큰 바위를 조금씩 먹었다
바위도 이렇게 사라진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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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 아직,
금 가지 않은 작고 투명한
소리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일까
와인을 따르고 건배를 할 때, 유리잔의 3할의 와인과 비어 있는 나머지 유리잔이 내는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소리가 숨죽이듯 쨍쨍 부딪힌다. 불안할수록 기념을 하고 각오를 다지고 또 한 해 동안이 불안은 나누어 가지듯
결속을 확인하는
얇고 불안한 3분의 2,
그 분량
어떤 분량에서 빠진, 그 분량의 삐걱거림과 헐거움으로 아슬아슬함으로 우리는 와인이 숙성기간을 맛보며 유리잔을 맞대는 이 결속, 그건 서로가 깨지지 않을 정도의 부딪힘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비어 있는 분량의 소리로 이어진 관계자들로도
밤늦도록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러는 사이 달은 또 어느 날
한쪽이 깨진 채로 뜰 것이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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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날씨 하나를 샀다』에서 / 2021. 11. 22. <여우난골> 펴냄
* 이서화/ 1960년 강원 영월 출생, 2008년『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굴절을 읽다』 『낮달이 허락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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