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서울이 정말 아깝다, 그래서 아프고/ 곽영훈(사람과환경그룹 회장)

검지 정숙자 2021. 8. 4. 13:54

 

    서울이 정말 아깝다, 그래서 아프고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 전 실크로드 도시연방 주석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자 노심초사하며 국가발전 정책기획과 도시환경 설계분야에서 일해 온 지 어언 50년이 넘었다. 마로니에공원을 살린 대학로, 지하철2호선, 한강종합개발과 올림픽대로, 올림픽공원, 인천국제공항, 대덕연구단지, KTX, 대전엑스포, 제주도관광종합계획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모두는 나의 마스터플랜을 믿어준 행정가들의 추진력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한 우리 국민의 땀으로 이룬 결실이다.

  그런데, 나의 사랑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내 마스터플랜과 멀어져가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미래 세상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다. 런던, 파리, 로마, 뉴욕, 워싱턴, 다 합쳐서 비교해 봐도 그렇다.

  첫째, 도시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려면 지구촌 전체로 넓게 봐야 한다. 서울은 세계 3대 핵심 지역인 북미, 서유럽, 동북아 중에 21세기에 가장 발전할 동북아의 중경이다. 북경, 동경, 남경, 상해, 블라디보스톡의 정중앙에 있지 않는가. 그래서 정부 관계자를 설득해 영종도 동북아 허브공항도 부랴부랴 만들었다. 계획한 대로 연간 1억 명이 들어오고 친절한 서비스 공항으로도 13년째 1위다. 4류 정치가 훼방만 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종도 동북아 허브공항과 1977년에 시작한 지하철과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시작한 KTX 초고속기차를 넘어 모빌리티 개념이 확 달라지게 전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 수 있다.

  둘째, 21세기는 도시 속에 위치한 자연녹지공원을 서로간은 물론 생태환경의 연결체로 봐야 한다. 서울은 뉴욕, 워싱턴, 런던, 파리, 동경, 북경같이 광활한 평지가 아니고 산이 많은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한강 자연녹지와 남산공원 그리고 용산 생태공원을 연결하면 뉴욕 센트럴파크의 5배가 넘는다. 그리고 이제 한양도성 성곽길 18.2㎞를 거의 다 이어가고 자연녹지공원과도 연결될 것이다. 구자춘 시장에게 요청해서 바로 복원을 시작한 게 1975년이었는데······, 내산인 북악산, 남산, 인왕산, 낙산이 다 연결되고, 외산인 북한산, 아차산, 덕양산, 관악산까지 연결되면 백두대간의 광대한 자연상태가 서울 속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청계천도 이미 복원되어 시민들 품에 들어왔고, 앞으로 한강 지류들 모두가 복원되도록 할 수 있다. 세계인들이 서울에 오면 북한산에서 한강을 걸어 관악산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워싱턴은 의사당 언덕을 감안하고 다른 건물들의 높이를 모두 10층으로 해서 도시 전체 형태가 가지런하다. 파리는 몽마르트 언덕을, 로마는 일곱 개의 언덕을 잘 이용해서 도시 전체 형태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서울은 셀 수가 없는 산과 언덕이 있어 앞으로 모두 시각적으로 살려내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셋째, 요즈음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뉴노멀을 생각하자고들 한다. 온 세상이 인간성을 잃고 기후변화와 환경공해가 심해지는 방향으로 삶터의 역사가 진행되는 것이 노멀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AI 등 첨단과학기술로 똑똑해지겠지만 삶이 아름답고 따뜻해지도록 뉴노멀을 정의하고 인류 역사를 제대로 진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과학기술에 문화예술을 융-복합시켜 휴머니즘을 입히지 않으면 뉴노멀이 아니다. 이런 역할을 문학인이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가정의 행복을 담는 집들과 어울려 살 수 있었던 우리 전통적 동네 환경을 살려 내야 한다. 3대가 함께 살 수 있는, 텃밭이 있는 3층집 그리고 김장을 함께 하는 이웃, 이런 따뜻한 동네가 서울의 지형지세와 잘 어울리지 않겠는가. 산허리를 잘라 미관을 헤치며 아파트를 마구 짓는 것은 정말 안 된다. 나중엔 한꺼번에 부술 수밖에 없어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21세기에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서울이 여러 좋은 여건들을 열심히 놓치고 있어 너무 아깝다.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자연과 세계가 어울려 오래가는 뉴노멀 문명도시를 탄생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 서울」 회원님들과 함께 그런 서울을 꿈꾸며, 100인회 또는 1000인회를 구성하여 우리 서울을 아름답게 지켜낼 수 있기를 제안 드려 본다. 워싱턴이 오늘처럼 아름답게 유지된 것은 랑팡의 설계도가 필수조건이었지만, 깨어 있는 여러 분야의 시민들이 백인위원회(Committee of 100)를 만들어 100년 넘게 챙기고 dlT는 덕분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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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1-7월(237)호 <삶의 나루>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