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계절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임승환

검지 정숙자 2021. 7. 16. 19:43

 

  계절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임승환

 

 

꽃이 필 때면 이미 늦은 거죠

 

남의 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요

눈싸움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아직 씨앗을 털지 못한 씨방은 여전히 겁이 많은

지난가을의 일인 거죠

 

다이어트 중일 때 허기는 웃을 수 있지만

이런 배고픔을 견디긴 힘들어요

당분간 묶어둔 말들, 몇 달을 견딜 수 있을까요

 

참다못해 소리친다고 젖은 여름을 말릴 수 없어요

 

군락을 이룬 쥐똥나무가 제멋대로 자란다면

정원사는 참지 못해 전지 톱을 들고 오겠죠

 

가지런해진 나무들은

사람들 눈에는 적당한 울타리 높이죠

5월엔 꽃을 피워야 하는데, 당신과 눈을 맞추기엔

너무 급한 높이 같아요

장마가 시작될 무렵

나에게는 고장 난 우산뿐인 변명

 

그렇고 그런 대답을 하기엔

계절은 너무 빨리 지나가요

 

이러다가는 언제나

당신은 자꾸만 지나가는 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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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문예』 2021-봄(92)호 <신작시>에서

 * 임승환/ 2017년『시와산문』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