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윤정구_우주적 상상력을 뒷받침하는...(발췌)/ 1%, 원초적인 : 정복선

검지 정숙자 2021. 7. 28. 01:12

 

    1%, 원초적인

 

    정복선

 

 

  공을 그가 그냥 찰 차는 줄만 알았다

  골 순간을 편집한 영상을 보고야 깨달았다

  1%의 영감, 이라는 뜻을

 

  그건 분명 후각이다

  공을 냄새 맡고 기하학적 선상으로 돌진하는

  수렵의 길이다

  무용총 수렵도 기마무사騎馬武士의 감각,

  장애물 사이 이리저리 휘감아 도는 바람 혹은 진동

 

  태초의 두려움에 대한 대적이다

  타오르는 눈을 향하여

  명적鳴鏑을 쏘아 올리는 순간의

 

 

  단 몇 초,

  원초적인 번쩍임이다

     -전문-

 

  우주적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언단의장言端意長의 묘법描法(발췌)_윤정구/ 시인

  1%의 영감이 본능적인 후각이라는 걸 느끼는 깨달음의 시이다. TV로 편집한 축구 경기 영상을 보며, 신석기 청동기 무렵의 수렵도, 고구려 시대의 무용총 벽화에 나오는 기마무사騎馬武士, 대각선의 입체적 구도였던가, 타고 있는 말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등을 돌려, 달리는 호랑이에게 일촉즉발의 화살을 겨누는, 목숨을 건 대적을 떠올린다. "타오르는 눈을 향하여", 휘이익! "바람소리의 명적鳴鏑을 쏘아 올리는 순간의" 단 몇 초의 번쩍임을 생각한다.

  모든 승부에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있다. 그 몇 초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는 여행지를 결정하고,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헤어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명적이 날아가는 동안의 몇 초 만에 우리는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원초적인 번쩍임"이라 불렀다. 우리가 맹수들의 공격을 대적하는 수천 년 동안 그 결정적 시간은 늘 몇 초 이상은 주어지지 않았다. 지성知性과 야성野性의 조화를 현대가 요구하는 것도 우리에게 희미해져 가는 원초적 야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것이리라. 시인은 그 1%의 원초적 야성이 중요하다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시의 하늘에 명적을 쏘아 올리는 것은 아닐까. (p. 시 52/ 론 59)

 

  --------------------- 

  * 『불교문예』 2021-봄(92)호 <신작시 특집/ 해설>에서

  * 정복선/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 『마음여행』 『여유당시편』등, 영한시선집 『Sand Relief』, 평론집『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

  * 윤정구/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한 뼘이라는 적멸』외, 산문집 『한국 현대 시인을 찾아서』등, <시천지> <현대향가시회>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