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게
정숙자
벌레야
누구도 널
나비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아직은 날개가 없으니까 말이다
벌레 · 나비
그 격변의 삶이
밋밋한 삶보다야
훨씬 좋은 거라고 생각하잔다
벌레야
나는 어쩌면
널 부러워해야 될지도 모르겠구나
우리들에겐
고통만 있고 날개 없는 삶
얼마든지 있으니까
앞날을 확신할 수만 있다면
누군들 고통을 고통하겠어
딴은 너도
스스로의 앞날을 모르고 있겠지
많은 꽃들이
네가 날기를 기다린단다
벌레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도중에 쓰러지지 말아라
네 고통은 우리의 철학이며
네 삶은 고뇌하는 영혼들의 희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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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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