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벌레에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5. 7. 01:03

 

 

    벌레에게

 

    정숙자

 

 

  벌레야

  누구도 널

  나비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아직은 날개가 없으니까 말이다

  벌레 · 나비

  그 격변의 삶이

  밋밋한 삶보다야

  훨씬 좋은 거라고 생각하잔다

  벌레야

  나는 어쩌면

  널 부러워해야 될지도 모르겠구나

  우리들에겐

  고통만 있고 날개 없는 삶

  얼마든지 있으니까

  앞날을 확신할 수만 있다면

  누군들 고통을 고통하겠어

  딴은 너도

  스스로의 앞날을 모르고 있겠지

  많은 꽃들이

  네가 날기를 기다린단다

  벌레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도중에 쓰러지지 말아라

  네 고통은 우리의 철학이며

  네 삶은 고뇌하는 영혼들의 희망이란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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