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가을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5. 3. 18:24

 

 

    가을밤

 

     정숙자

 

 

  외롬 타는 마음을

  단풍잎 같이

  시냇물 위에 놓았습니다

 

  들국화,

  갈밭을 지나

  물살은 달을 밟으며 갑니다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

  혼자 부르며

  시냇물은 자꾸만 맑아집니다

 

  어느 새

  별이 됐는지

  단풍잎은 보이지 않고

 

  그 투명한 노래

  함께 부르며

  제 마음도 시냇물이 되었습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에게/ 정숙자  (0) 2012.05.07
그에게서/ 정숙자  (0) 2012.05.07
행복의 삽화/ 정숙자  (0) 2012.04.24
사랑하는 사람만이/ 정숙자  (0) 2012.04.23
행복/ 정숙자  (0) 201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