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리스인 조르바/ 문정영

검지 정숙자 2021. 7. 14. 03:44

 

    그리스인 조르바

 

    문정영

 

 

  바람개비는 바람을 이겨야 한 생을 산다

 

  돌아가는 것과 머무는 것 사이 저녁이 올 때

 

  눈물은 비로소 사과 꽃으로 떨어진다

 

  흰 바람개비는 얼마큼 바람을 버려야 희 바람개비로 살까

 

  얼굴을 붉히고 나니 그가 앉았던 그늘이 파랗다

 

  저 그늘도 한때는 정오의 흰 바람개비

 

  사과는 사과 꽃이라는 상상이 사라져야 진짜 사과가 된다

 

  수많은 말들이 쌓여 있는 크레타 섬

 

  그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죠르바로 다시 태어날까

 

  종은 쇠라는 생각을 지워야 소리가 난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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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당문학』 2021-하반기(12)호 <신작시> 에서,

  * 문정영/ 1997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꽃들의 이별법』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