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에 대해서
강준모
목재 실은 트럭 앞을 지날 때
나무의 영혼 냄새가 풍겨 왔다
네모나게 잘린 생목의 결 사이로
나무의 한 생이 빠져나오고 있다
살아서 산비탈 번개와 비바람 맞거나
햇살과 달빛으로 위로 받거나
산짐승 울음소리 먹고 살았던 향기가
나무의 기억을 빠져나오고 있다
지금은 팔려나갈 때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또 다른 생을 산다
솜씨 좋은 목수 만나 이제는 나무를 벗고
책의 문자를 간직하거나
누군가의 외로움을 쉬게 하거나
멀리 나간 식구들을 불러 모으거나
그리움이 멀리 나가는 미닫이가 될 것이다
내 나이 몇 년 후면 정년퇴직이다
나는 무엇으로 또 다른 생을 살아갈 것인가
그날 나무의 향기는 목재를 빠져나와
퇴근하는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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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1-봄(92)호 <신작시>에서
* 강준모/ 2017년『창작21』로 등단, 시집『오래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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