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목재에 대해서/ 강준모

검지 정숙자 2021. 7. 15. 02:59

 

    목재에 대해서

 

    강준모

 

 

  목재 실은 트럭 앞을 지날 때

  나무의 영혼 냄새가 풍겨 왔다

  네모나게 잘린 생목의 결 사이로

  나무의 한 생이 빠져나오고 있다

  살아서 산비탈 번개와 비바람 맞거나

  햇살과 달빛으로 위로 받거나

  산짐승 울음소리 먹고 살았던 향기가

  나무의 기억을 빠져나오고 있다

  지금은 팔려나갈 때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또 다른 생을 산다

  솜씨 좋은 목수 만나 이제는 나무를 벗고

  책의 문자를 간직하거나

  누군가의 외로움을 쉬게 하거나

  멀리 나간 식구들을 불러 모으거나

  그리움이 멀리 나가는 미닫이가 될 것이다

  내 나이 몇 년 후면 정년퇴직이다

  나는 무엇으로 또 다른 생을 살아갈 것인가

  그날 나무의 향기는 목재를 빠져나와

  퇴근하는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 

  * 『불교문예』 2021-봄(92)호 <신작시>에서

  * 강준모/ 2017년『창작21』로 등단, 시집『오래된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