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정병근
천연 염색 옷을 입은 그녀가 꽃차를 따른다
민들레꽃을 말린 것인데 새봄 개울가 양지에 핀
햇꽃만 따서 몸에 좋다한다
"다른 꽃차도 많으니까 골고루 마셔봐."
여긴 가을봄여름 없이 야생화 천지라
꽃차만 마시고 살아도 행복하다면서
애틋한 표정을 짓는다
그이와 함께 손수 지은 황토집인데
지을 땐 고생 고생했지만 인생에서 제일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팔을 젓는다
잡초 뽑는 내가 힘들어하니까
그이가 작년에 잔디 깎는 기계를 들여놨지 뭐야
대문에서 현관까지
잔디마당에 둥근 돔방돔방 박아놓았다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들만 먹어도
시장갈 일이 별로 없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접었던 다리를 뻗는다
공동체 마을이라 저녁마다 이웃들과 어울려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이젠 질린다고
저쪽에 그슬린 바비큐 그릴을 가리킨다
요즘은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천지산 자연 지킴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문제라고
자연이니까 무공해니까 충일에 겨워
꽃의 목을 똑똑 따는
그녀의 손이 무섭게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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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1-여름(82)호 <신작시>에서
* 정병근/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눈과 도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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