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막거북/ 정끝별

검지 정숙자 2021. 6. 11. 02:47

<2021, 제22회 현대시작품상 특집/ 수상작> 中

 

    사막거북

 

    정끝별

 

 

  사막에서 물을 잃는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사막거북은 가물에 콩 나듯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서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살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비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은 심장은 단단하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그 이름은?

 

  핏자국이 엉켜 있는 발톱을 본 적이 있다

  어느 거리에서였을까

  어느 전쟁터에서였을까

      -전문-

 

   * 심사위원: 오형엽  김언  조강석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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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1-5월(377)호 <제22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자 정끝별 특집>에서

  * 정끝별/ 1988년『문학사상』으로 시 부문  &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시집『흰 색』『와락』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