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타고 있다
-김현서 시인에게
함기석
멈춰진 뻐꾸기시계에서 죽은 건전지 한 쌍 꺼내
창가에 세워놓았다
노부부 같다
빛 속에서 치르는 직립의 장례미사
번개를 품었던 저 늙은 몸에 남은 어둠과 고요
빛보다 밝고 번개보다 세차다
시간을 돌리고
우리를 돌리고 세계를 돌리느라
일생을 한 자리에서 전력을 다해 쓴 필생의 시
그 침묵의 책 읽다가, 문득
시계 옆 올해의 마지막 달력
흰 종이배로 접어 하늘 강물에 띄워 보내니
오랜 시간의 급류 타고
오랜 세월의 협곡 돌고 돌아 천국항에 닿을 때
죽음이 삽으로 단 한 개의 구덩이를 판다면
그것은 나의 것
그것이 만약 그대 주검의 외로운 침실이라면
나는 영원히 멈춰진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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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함기석/ 1992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디자인하우스 센텐스』『착란의 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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