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당신의 침묵 안에/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8. 23:56

 

 

    당신의 침묵 안에

 

     정숙자

 

 

  못 다 드린 마음의 말은

  당신의 침묵 안에

  넣어둘게요

 

  창문 밖 별 하나

  그리워질 때

  조금씩 조금씩 읽어보셔요

 

  제일 아름다운 마음의 말은

  서투른 붓에 차마 어려워

 

  그 누구도 엿볼 수 없는

  마음 그대로 넣어둘게요

 

  침묵은 깊넓은 그릇이어서

  무엇이든 담아도 넘치지 않죠

 

  여태껏 못 드린 마음의 말은

  당신의 침묵 안에 넣어둘게요

 

  창문 밖에 빗방울 후둑일 때도

  조금 조금씩 읽어보셔요

 

  제 침묵이 당신의 침묵 안에서

  기다리며 서 있는 걸 바라보셔요.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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