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는 편지
정숙자
여전히 당신을
벗이라 부릅니다만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사랑하는가봅니다
외로울 양이면
마음 속 깊이
메아리치는 당신의 아픔
이 세상 무엇으로써
제 영혼을 이토록이나
도취케 하고
깨어나게 하겠습니까
마당에 무수한 토끼풀꽃을
보석인 양 한 줄에 꿰어
당신께 전하고 싶어집니다
오늘 또 외로움이
내면에 속속 잠복하는데
스스럼없는 당신의 웃음
그 소박함이 그립습니다
그렇지만 귀한 벗이여
무덤으로 처소를 옮길 때까지
저는 당신을 벗으로만 여기며 여기며
이렇게 가끔씩
혼자 읽는 편지를 쓸 것입니다
외로움이 몰려오거나
파도처럼 키를 넘어도
혼자 읽는 편지를 쓰며 고치며
거기 고운 행복을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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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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