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혼자 읽는 편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20. 00:45

 

 

    혼자 읽는 편지

 

     정숙자

 

 

  여전히 당신을

  벗이라 부릅니다만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사랑하는가봅니다

 

  외로울 양이면

  마음 속 깊이

  메아리치는 당신의 아픔

 

  이 세상 무엇으로써

  제 영혼을 이토록이나

  도취케 하고

  깨어나게 하겠습니까

 

  마당에 무수한 토끼풀꽃을

  보석인 양 한 줄에 꿰어

  당신께 전하고 싶어집니다

 

  오늘 또 외로움이

  내면에 속속 잠복하는데

  스스럼없는 당신의 웃음

  그 소박함이 그립습니다

 

  그렇지만 귀한 벗이여

  무덤으로 처소를 옮길 때까지

  저는 당신을 벗으로만 여기며 여기며

 

  이렇게 가끔씩

  혼자 읽는 편지를 쓸 것입니다

 

  외로움이 몰려오거나

  파도처럼 키를 넘어도

  혼자 읽는 편지를 쓰며 고치며

  거기 고운 행복을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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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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