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전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7. 02:28

 

 

    전 보

 

    정숙자

 

 

  여름이면 벌써 저는

  당신이 보낸

  가을전보를 받습니다

 

  애인의 기별인 양

  작별할 애인의 기별인 양

  반갑고도 서러운 통보

 

  뭉게구름 부푼 하늘이

  한순간에

  아슬히 높아 뵙니다

 

  마당엔 아직

  분꽃이 뜨거운데

  영혼은 청랑한 노래를 듣습니다

 

  제때에 와도 외로운 가을

  이제

  어찌 적시며 건너야 할지

 

  당신이 보낸

  이른 전보는

  그래도 한량없이 어여쁩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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