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가을이 오거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6. 01:05

 

 

    가을이 오거든

 

     정숙자

 

 

  가을이 오거든 알려다오

  지옥처럼 닫힌 문을 열고 나아가

  끝내지 못한 마지막 한 소절

  노래를 부르리니

 

  가을이 오거든 알려다오

  화가들에게는 색채를

  시인에게는 영감을

  철학자에게는 사유를 깊게 하는 

  가을이 오거든 알려다오

 

  어디선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

  가을이면 날 찾아 헤맬 것 같아

  나도 그를 찾아야 할 것만 같아

 

  귀뚜라미 한창 울고

  단풍이 낙엽으로 구르기 전에

  급보를 전하듯 알려다오

  홀로 잠근 골방문을 두드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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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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