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기 시인, 혹은 솔 한 그루
배세복
새는 마구 떼를 썼다
목에 매달리거나
무동을 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웃었으나
웃는다고 늙지 않는 법은 아니어서
새가 나무를 떠난 후
그는 자기도 모르게
가지 사이로 진물을 흘렸다
향기가 송홧가루처럼 퍼져
새의 인중에 머물자
능숙한 날갯짓의 새가 돌아왔다
밤새 요람처럼 그는 흔들리고
혼곤해진 그의 곁에서
날개 접은 채 새는 울었다
송진 굳어 단단해지는 것 모르고
어디선가 빛이 새어나오는 것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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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배세복/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몬드리안의 담요』『목화밭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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