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구재기 시인, 혹은 솔 한 그루/ 배세복

검지 정숙자 2021. 6. 6. 23:21

 

    구재기 시인, 혹은 솔 한 그루

 

    배세복

 

 

  새는 마구 떼를 썼다

  목에 매달리거나

  무동을 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웃었으나

 

  웃는다고 늙지 않는 법은 아니어서

  새가 나무를 떠난 후

  그는 자기도 모르게

  가지 사이로 진물을 흘렸다

 

  향기가 송홧가루처럼 퍼져

  새의 인중에 머물자

  능숙한 날갯짓의 새가 돌아왔다

  밤새 요람처럼 그는 흔들리고

 

  혼곤해진 그의 곁에서

  날개 접은 채 새는 울었다

  송진 굳어 단단해지는 것 모르고

  어디선가 빛이 새어나오는 것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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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배세복/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몬드리안의 담요』『목화밭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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