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최승자 시인/ 김상미

검지 정숙자 2021. 6. 6. 02:01

 

    최승자 시인

 

    김상미

 

 

  저 멀리 바람 부는 언덕 위로

  그녀가 걸어간다.

 

  최승자 시인.

 

  그녀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 마음에서 한 번도 멀어진 적이 없다.

 

  오랫동안 남자들의 시선에 지배 감금당했던 시를

  과감히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로

  뜨겁고 명료하고 대담한 여성 시를 창조한 시인.

 

  그 시들이 조금씩 그녀를 좀먹고

  급기야는 통째로 그녀를 삼키려 들 때도

  언제나 두려움 없는 그녀의 그물 가득 반짝이던

  아주 쓰지만 아주 달콤하고 황홀한

  그녀의 시들.

 

  남몰래 그 시들을 잠 못 이루는 내 오르골에 담아

  좋아라, 좋아라, 읽고 또 읽었던

  내 문학의 오랜 영양수.

 

  최승자 시인.

 

  그녀가 저 멀리 바람 부는 언덕 위를

  홀로 걸어간다.

 

  멀리에서 바라만 보아도 빈 배처럼 우아하고

  드넓은 평원에 핀 야생화처럼

  너무나도 자유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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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김상미/ 1990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모자는 인간을 만든다』『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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