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김윤환
잎 없이 핀 봄꽃을
망연히 쳐다 본 적이 있어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세상에
그녀는 꽃을 옮겨다 놓고
눈물로 향을 피웠지요
종종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길고양이 젖은 다리를 쓰다듬곤 하죠
주일이면 예배당 모퉁이에 앉아
기도하는 척 울고 있네요
아무렇게 엄마가 될 수 없듯이
함부로 시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한사코 시를 밀어내곤 했지요
그녀가 밀어낸 시편들이
마침내 가장 지독한 꽃이 되었어요
가장 맹렬한 바람이 되었어요
바닥에 떨어진 꽃잎에도
역사가 흐르는 것을
그녀는 노래해주었어요
저물어가는 세상에
문자꽃 향기가 번져서
우리의 감기도
조금씩 아물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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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김윤환/ 1989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그릇에 대한 기억』『이름의 풍장』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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