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
공광규
1985년 6월 어느 날
국가 안전기획부 포항분실 분실장 앞에서
고등학교 영어선생이었던 그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공광규를 구속하기로 했어
자네도 더 이상 선생을 할 수 없을 것이네"
그는 제철노동자였던 나를 생각해서
각서를 썼다고 한다
잡지 '삶과 문화'를 폐간하겠으니
공광규를 구속시키지 말아달라고
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선배는 해직과 투병과 연행과 추방으로
한때 낭인생활을 했다고 한다
내게 해직과 투옥의 고통 속으로 가지 않도록
그냥 눈 한번 감아달라고
공광규를 살려준다면 '삶과 문화'를 폐간하고
앞으로 조용히 살겠다는 각서를 썼던 선배
내가 은혜 잊지 않겠다고 각오하면서도
자주 잊고 사는 생명의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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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공광규/ 1986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담장을 허물다』『금강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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