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문/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4. 15. 01:39

 

 

    문

 

     정숙자

 

 

  풀벌레 하나 둘

  텃밭에 울면

  고독이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마음에 있어서도

  텅텅

  비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 유리알 같은 투명

  온 누리를 표구하고픈

  서늘한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우리의 서정과 고독은

  왜 이리도

  가을에 약한 것일까요

 

  가을이 드나드는 문 있다면

  그 문일랑

  잠가두고 싶습니다

 

  영영 들어올 수 없거나

  나가지 못하도록

  틈새 없는 담장을 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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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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