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교육에 있어서 은유, 상징, 알레고리의 위상(발췌)
이현승/ 시인
문학적 수사로서 은유와 상징은 이미 언어의 영역 안에서 설명되는 것이지만, 은유 자체가 서로 다른 두 관념의 차이성을 전제로 한다면, 상징은 이 차이가 힘을 잃고 근원적인 지시성만을 남길 때(권혁웅의 표현으로는 독립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휠라이트가 강조하는 지속적인 반복은 은유를 상징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은유와 상징을 구분하는 오세영의 변별도 지금까지의 논의와 일치한다.
첫째, 은유의 경우 보조관념과 원관념이 될 수 있는 것들로는 관념과 사물이든 상관없지만 상징의 경우 원관념은 항상 관념이고 보조관념은 사물이다.
둘째,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에 있어 은유는 일회적이지만, 상징은 반복적이다.
셋째, 상징은 일관성을 갖고 있다.
넷째, 상징은 공간적으로는 무한성을 시간적으로는 영원성을 보여주려 한다.23)
오세영은 상징과 은유의 분기를 네 조건으로 정리하였다. 상징이 갖는 원관념의 관념(개념)성, 반복과 일관성, 초월성은 은유와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들이다. 이 경계 짓기는 뒤집어서 말하면 결합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유와 상징 사이에 존재하는 운동성을 다시 한번 엿보게 한다. 일관성 있는 반복을 통해 특정한 사물은 특정한 관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소리와 뜻의 자의적인 결합인 말이 내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사회적 약속에 힘입어 자신의 단위를 유지하듯,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두 자질의 결합인 은유도 지속적인 반복에 힘입어 일종의 언어기호(상징)의 수준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특정한 형태를 가지지 않는 관념은 구체적인 사물의 이미지를 통해서 바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노드럽 프라이가 "분리시켜서 비평적 고찰을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학 구조의 단위"를 다 상징이라고 한 이유도 근원적으로 비평의 해석학이란 보조적 관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암시와 유추를 따라가서 확인하고자 하는 원관념을 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24) (p. 291- 292)
23) 오세영, 『시론』, 서정시학, 2013, pp.266-268에서 발췌 정리
24) 노드럽 프라이, 『비평의 해부』, 임철규 역, 한길사, 2000, p.164. 여기서는 권혁웅의 『시론』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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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승_한국 현대시의 화자 연구『얼굴의 탄생』에서/ 2020. 12. 30. <파란> 펴냄
* 이현승/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려대학교에서『1930년대 후반기 한국시의 언술 구조 연구 백석 · 이용악 · 오장환을 중심으로 』로 박사학위 받음, 한경대, 경희대, 광운대, 중앙대,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고려대학교 BK21 한국어문학 교육연구단, 민족문화연구원의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가천대학교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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