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11회 시산맥작품상 수상작>
빗방울 랩소디
진혜진
우산이 감옥이 될 때
예고도 없이 소나기가 쏟아진다 손잡이는 피하거나 피하지 못할 것에 잡혀 있다
비를 펼치면 우산이 되지만 우산을 펼치면 감옥
귀고리 목걸이 발찌 팔찌에 수감된 몸, 쇠창살 소리가 난다
소나기 속의 소나기 나만 흠뻑 젖는다
보도블록 위에서 이질감이 된 빗방울, 절반은 나의 울음 나머진 땅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을 낼 것이다
버스정류장 앞 넘치는웅덩이가 막차를 기다리는 새벽 2시의 속수무책과 만나 서로의 발목을 확인한다
빗방울 여러분!
심장이 없고 웃기만 하는 물의 가면을 벗기시겠습니까
젖어서 만신창이가 된 표정을 바라만 보아도 되겠습니까
어떤 상실은 끝보다 시작이 더 아프다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끝이 날까
검은 우산과 정차하지 않는 버스 바퀴와 폭우가 만들어 내는 피날레
밑줄을 긋듯 질주하는 차가 나를 후경에 밀치고 사라질 때
젖어서 죄가 되는 빗방울
용서가 잠겨있는 빗방울
우산은 비를 따라 용서 바깥으로 떠난다
-전문, 『시산맥』 2020-여름호
* 심사위원: 강수 김륭 최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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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 2021-여름(46)호 <제11회, 시산맥작품상 수상작>에서
* 진혜진/ 201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 2016년 ⟪광주일보⟫신춘문예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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